들어가며
어느 새 2025년도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고 회고록을 쓰는건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어질러진 것들을 정리해야 새로운 물건을 놓을 자리를 만들 수 있듯, 한 해를 회고하여 정리하는게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침 어제 YouthCon’25 발표도 끝났으니 숨을 고르고, 천천히 지난 1년을 돌아보려 한다.
다만 올 한 해는 크게 이룬 것이 없어 아쉬운 점이 많고,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기간이었다. 회고록을 완성하고 나면 너무 어두울까봐 걱정되지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게 진정한 회고의 의미일 것 같아 꾸밈 없이 써보려 한다.
조금 어두울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나의 2025년은
올 해는 취업 성공이 나에게는 가장 큰 목표였다. 경제적인 안정을 갖기 위함이었다.
나는 우아한테크코스 참여를 위해서 24년 2월, 대구에서 올라와 처음으로 서울 자취를 시작했다. 우아한테크코스 때는 교육 지원금이 나와서 서울 생활이 비교적 수월했지만, 그 이후로는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었다. 부모님께 손을 더 벌리기도 부담이었기에 가능한 빠르게 취업을 하고 싶었다.
취업에 성공해서 돈을 벌면 부모님께 용돈도 챙겨드리고, 친구들에게 밥을 사주고, 가끔씩 힘내라며 용돈을 챙겨주시던 친척분들께도 보답하고 싶었다.
또 주방이 조금 더 넓은 방으로 이사를 가고,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을 토대로 안드로이드 발표 컨퍼런스에서 발표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올 한 해는 나에게는 ‘실패’로 다가왔다.
쉽지 않은 취업 준비
올해 초에 취업 준비를 들어가기 시작했을 때는 그래도 자신감이 있었다. 실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내가 가진 장점을 잘 다듬고 준비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불합격 소식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이력서
취준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이력서였다. 우아한테크코스, 스타카토, 몇몇 대학 프로젝트 등 이력서에 쓸 소재는 충분했지만, 그 중에서 나의 강점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경험을 찾기가 어려웠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진행한 미션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많았고, 다른 크루들도 모두 경험한 것이라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스타카토 프로젝트에서도 나의 역할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대학 프로젝트는 기술적인 지식이 얕은 상태에서 진행한 것들이어서 내세우기가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점 내 강점을 잘 나타내는 소재보다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것, 있어보이는 것, 기술적으로 깊이 파고든 것만을 찾았다. 그렇게 걸러낸 소재는 손에 꼽았고, 지금까지 크게 한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는 굉장히 멋있어보였다. 여러 외부 활동을 수행했고, 프로젝트도 다양하고 완성도가 높았다. 그에 비하면 내 이력서는 정말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력서를 개선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력서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서 잘 보여주지 못했다. 이력서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우테코를 다닐 때도 개발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는데, 이것이 고스란히 이력서 작성에서도 나타난게 아닐까.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감이 없었다기 보다는, 자존감이 낮았던 것 같다. 자신감이 없는 것과 자존감이 낮은 것은 다르다. 자신감이 없더라도 자존감이 충분했다면, 이력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주위에 적극적으로 이력서를 보여주며 개선해나갔을 것이다.
면접
면접도 취준에서 정말 어려워했던 것 중 하나다. 면접을 할 때마다 너무 떨려서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서류 합격률이 낮은 관계로 면접을 많이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의 기초적인 질문들, 내가 해봤거나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에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걸 보면, 공부나 대비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면접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고,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중에 나를 굉장히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던 면접 질문이 하나 있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직무가 아니라 테스트 자동화 엔지니어 직무에서의 면접이었다. 해당 직무에서 수행하는 일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적 경험을 쌓아보고 싶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지원했는데, 그 면접에서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왜 안드로이드 개발을 이어오시다가 테스트 자동화 엔지니어 직무에 지원하셨나요?”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다. 또 내가 준비한 예상 질문 목록에 포함되어있던 질문이었기 때문에 준비한 내용을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선뜻 말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내가 왜 지원하려고 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정말 테스트 자동화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했나?’
‘단순히 취업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면접 자리에서 이런 생각들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결국 준비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면접장을 나왔다.
나름 여러 번 고민 끝에 지원한 직무였는데… 고민이 부족했던 걸까, 진심이 아니었던 것일까하는 생각으로 인해 스스로가 너무나 창피했다.
심리적 압박
올해는 취업 준비 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던 한 해다.
관계에서의 불안감
가족의 위로와 걱정, 친척들의 응원과 용돈, 친구가 한 번씩 사주는 밥. 모두 나를 위하고 배려하려는 것들이었다. 정말 감사하고 고마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것들이 모두 부담으로 다가왔다. 취업 준비가 길어지자 가족, 친척에게 걱정을 받는 것도 부담되었고, 친구가 밥을 사주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싫었다.
언젠가는 갚아야하는 마음의 빚으로 느껴져 기분 좋게 받을 수 없었다. 내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에 받을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마음이 덜하다. 아직 취업을 못했으니 금전적으로 힘든건 사실이고, 도움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또 이렇게 챙겨주고 신경써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다는건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까? 물론 조금 부담이 되고 미안한 마음, 죄송스런 마음이 들지만, 그런 만큼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갚아나가는게 중요한 것 같다.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오래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어야겠다.
금전적 부담감
서울 물가는 너무 무서웠다. 국민 취업 지원 제도로 이번 6월까지는 지원금을 받으며 서울 생활을 이어갔지만, 지원금을 받는 것도 끝이 났기에 돈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가족에게 손을 더 벌려서 부담을 드리는 것은 싫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돈도 벌고, 일을 하다보면 부정적인 감정도 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 강제로 일을 나가야하니 규칙적인 생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아르바이트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처음이니 모르는게 당연하고 익숙치 않은데, 너무 잘하려는 욕심이 앞섰다. 실수 한 번에 크게 낙심했고 일에 금방 익숙해지지 않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이란 기대와 다르게 피곤하고 불규칙적인 생활이 반복됐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면 밤 11시, 밥을 먹고 나면 12시 자정이 되었다. 피곤함, 보상 심리로 인해 해야할 일들을 뒤로 미루고 쉬거나, 어떻게든 할 일을 해보려다 새벽 3시를 넘겨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경우도 잦았다.
무기력
취업이 가장 큰 목표였기에 개발과 공부 모두 취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나의 경우는 오히려 취업을 위한 학습을 이어가다가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이력서에 경험을 더 추가하고 싶어서 프로젝트 개발을 했고, 어렵게 붙은 면접을 통과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코틀린, 코루틴 공부를 했다. 100%가 취업이 이유인 건 아니었지만, 7할 이상은 취업 성공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취업에 계속 실패하면서 공부와 개발을 하는 이유가 사라졌고, 할 의욕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나 정도면 그래도 잘하는거 아닐까?”
“이 정도면 면접에서 충분히 대답할 수 있겠지”
“이런건 나중에 취업하고 나서 공부하거나 고민해도 늦지 않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들도 무기력한 마음을 증폭시켰다. 가뜩이나 하기 싫은데 정말 하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안일한 마음가짐들로 놀아버린 날도 많았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긴건, 그러면서도 나중에 하지 않았다고 후회하게 되었다. 정말 안일했다.
자존감 저하
사실 나는 큰 걸 바란게 아니었다. 그냥 남들처럼 취업해서 돈을 벌고, 일을 하며 성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지내며 사회 생활을 하는걸 바랬다. 서울에서 혼자서도 잘 사는 모습 보이면서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 인생을 시작하면서 사회에서 떳떳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으니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났다. 취업 시장이 어려운 사회를 탓하기도 해보고, 인력이 필요하면서도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신입을 찾으려는 기업들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고 점차 그 탓의 대상이 나 자신이 되었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실력이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이겨내고 성장하려고 여러 스터디에도 참여해보고, 이력서도 꾸준히 다듬어보고, 공부와 개발에도 손을 놓지 않았지만 원하는 결과가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못나서라는 결론에 갇혔다.
떨어진 자존감은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고 우울함에 시달리게 했다. 그리고 또 다시 무기력해지고, 이는 자존감을 다시 떨어뜨리면서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이런 내 힘듦을 주변에 털어놓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나만 힘든게 아니다. 다들 저마다의 힘듦과 고충이 있다. 내 부정적 감정들을 주위에 나눠주는게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 같았고 나를 걱정시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 가족들을 만나더라도 털어놓지 않고 애써 괜찮은 척을 하기도 했다.
혼자서 ‘괜찮다, 별 거 아니다’ 되뇌이며 참고 견뎠다.
그러다 결국 고장나버렸다.
고장나버린 나
거울을 볼 수 없었다
한동안 거울을 볼 수 없었다. 계속되는 자존감 하락이 자기 혐오를 만들고, 수치심을 일으킨 것 같다. ‘나’라는 존재가 스스로 너무 싫고 부정하고 싶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기가 너무나도 싫어서, 거울을 도저히 바라볼 수 없었다.
이 증세는 다행히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고 2~3일간 나타났다. 화장실을 가면 거울이 커다랗게 있는데,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면 화장실을 가게 되니까, 물도 거의 마시지 않고 먹는 것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다. 이 때 살이 많이 빠졌었는데, 이 사건 이후에 만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살이 많이 빠졌다며 걱정해주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노트북으로 공부도 잘 하지 않고 유튜브만 봤던 것 같다. 작년에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하는 내가 생각나서 더욱 위축되었다. 문득 “나는 과연 개발자로 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복의 계기
캠퍼스 프로그래밍 in 울산
그러다 제이슨께서 울산에서 ‘캠퍼스 프로그래밍’이라는 강의를 진행한다고 놀러오라고 이야기하셨다. 강의 내용을 보니, 우아한테크코스에서 했던 미션과 비슷해서 재미있어보였다.
개발에도 흥미를 잃었고, 개발자를 왜 하려고 했는지 의미를 잃은 상태였던 나는 여기에 가면 분명 무언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 중이던 해나와 심지에게 함께 가자고 설득했고, 뚱치땅치 선약도 양해를 구해서 미루고 울산으로 달려갔다. 선뜻 나를 이해해주고 울산에 갈 수 있게 해준 뚱치땅치 친구들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그렇게 달려간 울산의 캠퍼스 프로그래밍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힐링”이었다.
개발의 재미
그곳에서는 객체 지향 설계를 배울 수 있는 미션, 그리고 페어 프로그래밍을 진행했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 경험한 개발의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개발을 열심히 하게 되었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함께 이야기하며 만들어가는 것에 많은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
그곳에는 나와 같은 취업 준비 중인 예비 개발자들, 개발자가 되고 싶은 대학생들, 심지어는 현직자분들도 모였다.
모두 개발에 진심이었고, 그래서 강의가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모두 각자만의 고민이 있었다.
대학생들의 경우 개발자의 미래는 어떠한지, 정말 AI에 대체되지는 않는지 등 진로에 대한 고민이 주였다. 예비 개발자들은 어떤 개발자와 일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잘 취업할 수 있을지 등 취업에 관련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현직자 분들도 앞으로 어떤 기술이 중요하고, AI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 등 여러 고민이 있었다.
“다들 나와 비슷한 고민이 있구나.”, “나처럼 힘든 구석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공감이 많이 되었고 위로가 됐다.
긍정적 자극
그리고 좋은 의미로 자극이 되었다. 이런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가지고 힘든 상황에 있음에도, 어떻게든 극복하고 성장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를 반성했다. 나는 과연 최선을 다했을까? 더 노력할 수 있지 않았을까?
희망도 느꼈던 것 같다. 나도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할 수 있지 않을까?
캠퍼스 프로그래밍에서의 좋은 기억은, 무기력하고 실패한 것만 같았던 내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용기가 심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극복하기 위한 노력
캠퍼스 프로그래밍 이후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거나,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게 되었고, 생각에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이를 계기로 어떻게는 이겨내보려고 더 노력하게 되었다.
함께의 의미 재고
개발 컨퍼런스는 자주 참여해왔다. GDG DevFest in 송도, super.init, DroidNights, 컴포즈 마법사, 최근 진행한 DevFest 버터맥주파티 등 여러 개발 컨퍼런스 및 커뮤니티에 참석했다. 하지만 참석의 의미가 전보다 더 넓어졌다.
예전에는 컨퍼런스를 가는 이유가 특정 주제나 기술이 궁금해서, 또는 다른 친구들, 크루들이 참석해서 찾아간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 컨퍼런스에 참석할 때는, 다른 예비 개발자분들, 현직 개발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목적이 추가됐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힘든 점을 서로 나누며 응원하고,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팁과 마인드셋 등을 배워갈 수 있었다. 캠퍼스 프로그래밍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고민거리를 나누면서, 위로와 공감을 많이 받은게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게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이것도 용기를 내다보면 점차 익숙해지고, 더 잘 소통하게 되지 않을까?
블로그 글쓰기 챌린지
나는 정말 게으른 사람이다. 외부의 강제성이 없으면 좀처럼 해야할 일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나 스스로를 강제하기 위한 여러 활동에 참여해왔다. 작년에 시작한 블로그 글쓰기 챌린지, 코딩 테스트와 면접을 대비하기 위한 스터디, 책을 꾸준히 읽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한 하루 10분 독서 챌린지 등…
모두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었지만, 블로그 글쓰기 챌린지 만큼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하기 싫은 날에도, 바빠서 글을 쓰지 못한 날에도 계속 참여했다.
예전 같았다면 휴재를 했겠지만, 계획한 것을 끝까지 해내고픈 마음이 강해져서 밤을 새서라도, 지각을 해서라도 연재를 이어갔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1년을 채울 수 있었던게 아닐까? 나 스스로도 굉장히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기 객관화
나 스스로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서류 탈락, 면접 탈락과 같은 소식은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 불현듯 기분이 안좋아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의 감정을 제 3자의 시선에서 바라봤다. 울고불며 떼쓰는 아이를 달래듯 스스로를 대하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내 감정을 제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쉽사리 감정이 제어되지 않으면 그 날은 여유를 가졌다. 놀기도 놀아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갔다. 우울한 감정을 달래고 나면 생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는걸 이제는 잘 알아서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노력하고있는, 개발 커뮤니티에서 만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위로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을 떠올리면 우울한 감정들이 희석되는 것 같았고, 그래서 스스로를 우울 속에서 빼낼 수 있었다.
YouthCon’25
그리고 이런 나의 올 한 해의 이야기를 YouthCon’25 발표 컨퍼런스에서 솔직하게 담아내어 발표를 했다.
사실 발표를 준비할 때만 해도 심적으로 지쳐있었고 극복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멘토로 참여해주신 제임스의 따뜻한 위로와 조언 덕분에, 용기를 가지고 발표에 내 이야기를 담아내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 나 스스로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YouthCon’25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따로 작성해서 공유해보겠습니다! 멘토로 함께해주시며 저를 응원해주신 제임스, 제이슨, 많은 도움 주신 발표자분들과 스태프분들, 그리고 제 발표를 들어준 참가자분들과 안드로이드 크루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느낀 점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자
나는 자립심이 굉장히 강하다는 걸 알게 됐다. 주위의 도움을 최대한 받지 않고 혼자서 해내고픈 욕망이 크다. 어떻게보면 고집이 세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 때문에, 나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했다. 이력서를 만들거나 면접 준비를 할 때도 주위에 도움을 받는게 부끄럽게 느껴졌고, 혼자서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이 사회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내가 혼자서 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는 다른 누군가의 노력과 도움이 들어가 있다. 내가 지어서 먹는 밥, 내가 타고 다니는 대중교통, 내가 입고 있는 옷 모두 누군가의 노력이 담겨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나 혼자서는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도, 프로젝트에서도 느끼지 않았던가? 함께여야 해낼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은 것을.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주위에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잘못된 학습 방향성
나는 언젠가 결국 개발자로 일하게 될텐데, 취업은 끝이 아닌 시작이고 개발자로써 계속해서 학습하고 성장해야한다.
그렇다면 학습의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할까? 당연히 더 좋은 개발자, 실력을 갖춘 개발자가 되기 위함이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의 나는 단지 면접, 이력서 등 취업을 위한 공부를 이어왔다. 단기간의 목표는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힘을 만들지 못한다. 중장기적인 목표가 학습을 유지하는 든든한 동기가 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개발자로서의 나
‘개발자가 되었을 때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던 것 같다.
“팀원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당신이 도입하려는 기술을 모두가 반대할 때 어떻게 하실 것인가요?”
당장 깊이 고민해야하고 딱 잘라 정답을 정해놓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일할 것인가, 나라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그리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중요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기업의 입장에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던 중, 2025 DevFest 버터맥주파티에서 레아가 좋은 책을 하나 소개시켜주신 것이 생각났다. (감사합니다 레아!)
산드로 만쿠소의 <소프트웨어 장인> 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개발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장인 정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앞으로 개발자는 어떻게 일해야하고, 어떻게 성장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아직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개발자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외에도 여러 책을 읽으며 생각의 범위를 넓혀가야겠다.
기여의 의미
캠퍼스 프로그래밍, 2025 DevFest 버터맥주파티, 그리고 이번 YouthCon’25 컨퍼런스에서 개발 커뮤니티의 좋은 영향력을 느꼈다. 나의 경우 개발 커뮤니티로부터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갈 수 있었다.
특히 이번 YouthCon’25의 연사자로 참여하며, 내가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기여의 가치를 느끼게 되었다. 발표를 준비하며 멘토로 함께해주신 제임스와 제이슨, 여러 연사자분들과 스태프분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내가 받은 것을 다른 후배 개발자에게 배풀어 커뮤니티의 선순환에 기여하고 싶다. 이번 발표가 개발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첫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마치며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취준생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분명 나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나 더 힘든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이미 취업을 성공하고 일을 하고 계신 분들도 모두 겪어본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래서 회고 글에 내 이야기를 담아내는게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담아낸 내 이야기가 나와 비슷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로와 공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았다. 또 이렇게 털어내는 것이 나에게도 아쉬움을 이겨내는 동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회고록이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공감이 되길.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걸 극복하고, 지치고 힘든 예비 개발자들에게 응원의 손길을 건네는 어엿한 개발자가 되길.
올 한 해는 따뜻한 마음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